주말농장

주말 텃밭에서 오이 키우기

needmes 2025. 5. 11. 22:11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토요일 아침, 나는 주섬주섬 작업복을 챙겨 입고 텃밭으로 향한다.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주말농장 구역, 이곳은 내게 도시 속 힐링 공간이자 숨통이 트이는 자연 속 안식처다.

올해로 텃밭 농사를 시작한 지 2년 차. 작년에  간단한 채소를 키워보며 어느 정도 감을 잡았고, 올해는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작물이 바로 오이다.

 오이를 키우기로 한 이유 – 아삭한 상상에서 시작된 계절의 실험

처음엔 사실 고민이 많았다. 오이는 덩굴성 식물이라 초보자에게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본 어떤 영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울창하게 자란 오이 덩굴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에 잎사귀가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고 아름다웠다.

게다가 오이는 생육이 빠르고 수확까지 오래 걸리지 않으며, 꾸준히 열매를 맺어 성취감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작물이라는 점에서 내 성격에도 잘 맞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여름철 시원한 오이냉국 한 그릇을 온 가족이 나눠 먹는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더 확고해졌다.

심기 준비 – 흙, 모종, 공간과의 대화

5월 초, 근처 농자재 상점에서 오이 모종 세 개를 구입했다. 건강한 잎을 가진 모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줄기가 굵고 마디가 촘촘한 모종이 좋다고 해서, 유심히 살펴보고 골랐다.

흙은 직접 퇴비와 유기농 상토를 섞어 만든 배양토를 사용했다. 배수가 잘 되도록 땅을 살짝 돋우고,  오이는 물빠짐이 좋으면서도 보습력이 있는 흙을 좋아한다는 걸 자료를 통해 미리 알았기에, 준비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지지대 세우기와 덩굴 유인 – 성장의 방향을 잡는 일

오이가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면 덩굴을 형성하기때문에  지지대에 유인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1.5m 높이의 철제 지지대를 준비하고, 끈으로 유도했다. 몇 주 후에  덩굴손이 지지대를 감으며 자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덩굴이 무작정 자라지 않도록 순지르기와 가지치기도 해줘야 한다. 주 줄기에서 너무 많은 곁순이 나오면 오히려 영양분이 분산되어 열매가 약해진다.  가지의 흐름을 살피고, 필요 없는 가지는 과감히 잘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이 모종 정식 후 모습

위 사진은 텃밭에 오이 모종을 심고 초기 지지대를 세운 장면이다.
처음이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흙을 다지고, 핑크색 끈을 이용해 덩굴이 자랄 방향을 표시해 줬다.
이렇게 작아 보이던 오이도 한 달 후면 줄기를 타고 올라가며 훌쩍 커버린다.
처음 사진을 찍어두면 이후 성장 모습을 비교할 수 있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병해충 관리 – 자연과의 긴장 속 공존

텃밭 농사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은 단연 병충해 관리다. 특히 오이는 노균병, 흰 가루병, 진딧물에 취약하다. 나는 유기농 재배를 지향하기 때문에 화학 농약 대신 목초액, 유황혼합액, 마늘 추출액 등을 주기적으로 희석해 뿌려줄 계획이다.

또 중요한 것이 통풍이다. 잎과 줄기 사이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고, 수시로 물을 준 후 잎이 젖어 있지 않도록 해줘야 병이 덜 생긴다. 특히 비 온 후에는 꼭 잎을 털어 말릴 필요가 있다. 이 작은 노력 하나가 오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커다란 방패가 될 것이다.

 오이를 키운다는 것 – 마음을 키우는 일

텃밭에서 오이를 키우며 얻은 것은 단순히 채소 몇 개가 아니다. 흙을 만지고, 날씨를 살피고, 병충해와 싸우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애쓰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오이 키우기는 결국 내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너무 성급하면 줄기가 약해지고, 방심하면 병에 걸린다. 사람도 식물도, 관심과 배려 속에서 잘 자란다는 사실을 오이를 통해 배울 수 있다.